논문에서 확인한 정액의 피부 효능, 실제로 피부에 도움이 될까?
정액을 피부에 바르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단순한 속설처럼 보이지만 흥미롭게도 정액에 포함된 일부 성분 자체는 실제 피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퍼민(spermine)과 스퍼미딘(spermidine)입니다.
그렇다면 이 성분들은 실제로 피부에 어떤 작용을 할까요?
스퍼민은 원래 사람 피부에도 존재합니다
스퍼민과 스퍼미딘은 정액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물질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폴리아민이라는 물질입니다.
사람 피부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스퍼민과 스퍼미딘이 확인됐으며 특히 표피에서 진피보다 높은 농도로 존재했습니다.
즉 스퍼민이 피부와 전혀 관계없는 물질은 아닙니다.
피부세포의 회복과 관련된 연구도 있습니다
2018년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람의 피부세포와 피부 조직을 이용해 폴리아민과 상처 회복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스퍼민을 처리했을 때 각질형성세포의 이동이 증가했고, 사람 피부 조직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상처 부위의 재상피화와 관련된 세포 이동이 증가했습니다.
스퍼민이 피부세포의 이동과 상처 회복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입니다.
스퍼미딘을 피부에 발랐더니 상처 회복이 빨라진 연구도 있습니다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스퍼미딘을 피부에 직접 적용하는 실험도 진행됐습니다.
연구진이 스퍼미딘을 바셀린과 혼합해 생쥐의 상처에 바른 결과 대조군보다 상처 회복이 빨라졌습니다.
세포실험에서도 스퍼미딘을 처리했을 때 세포 증식과 상처가 닫히는 과정이 촉진됐습니다.
즉 특정 폴리아민을 피부에 직접 적용했을 때 생물학적인 효과가 나타난 연구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사람 피부의 탄력과 수분을 조사한 연구도 있습니다
2021년 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스퍼미딘과 피부 노화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노화된 피부세포에 스퍼미딘을 처리했을 때 콜라겐 관련 유전자와 피부 지질 합성이 증가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진행됐습니다.
건강한 여성 22명이 4주 동안 특정 피부 미생물의 분비물이 포함된 용액을 얼굴에 사용했는데 피부 탄력은 평균 약 12.1% 증가했고 피부 수분과 각질 상태에서도 개선이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 피부 미생물이 만들어낸 스퍼미딘이 관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정액을 피부에 바르면 같은 효과가 나타날까요?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연구는 ‘정액을 얼굴에 바른 연구’가 아닙니다.
정제된 스퍼민이나 스퍼미딘을 세포·피부 조직·동물에 사용하거나, 스퍼미딘을 생성하는 피부 미생물의 분비물을 사람에게 적용한 연구입니다.
정액에는 스퍼민과 스퍼미딘이 존재하지만 정액 자체를 얼굴에 발랐을 때 피부 탄력이나 주름, 상처 회복이 개선되는지를 확인한 임상시험은 현재 확인되지 않습니다.
특정 성분에 효과가 있다는 것과 그 성분이 들어 있는 물질 전체에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논문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스퍼민과 스퍼미딘이 피부와 관련된 생물학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인터넷 속설이 아닙니다.
사람 피부에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피부세포의 분화와 이동, 상처 회복 과정과 관련된 연구가 있습니다. 스퍼미딘의 경우 피부 장벽과 노화와 관련된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액에 들어 있는 성분 중 피부 연구에서 실제 효과가 확인된 물질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러므로 정액을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현재 논문으로 입증되지 않은 단계입니다.
논문이 보여주는 것은 정액의 피부 미용 효과가 아니라 정액에도 존재하는 폴리아민이라는 특정 성분의 피부 생물학적 가능성입니다.